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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와 만난지 1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정확히 1년 4개월, 16개월이네요.

정말 숱하게 다투고 화해하고,

여러번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를 반복하며 보낸 1년여의 시간이었습니다.

한달 전 쯤,

정말 심하게 다투고, 서로 모진 소리까지 하며 이별을 맞이했었습니다.

그리고 2주일 정도의 시간을 이 공간에서 살다시피 했던 것 같네요.

마음이 터져버릴 것 같아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어서.

혹시 그도 나처럼 이 곳에 들르진 않을까 하는 못난 기대를 가지고.

내가 궁금해하는 것들을 묻는 글에 달린 댓글들을 보며

희망을 가지기도 하고 실망도 했다가

그래! 연락해보자 결심도 하고,

아니야, 연락하지 않는 편이 낫겠어 포기도 하고..

뭐 어찌되었든 저희는 2주 만에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너무 많이 다퉜고,

반복되는 다툼이 비슷한 이유 탓이었기에

그 사람도 저도 망설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개뼈다귀 같고,

혹은 '빌어먹을'...이라는 말로 표현해도 좋을 그 감정에 기대어 결국은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저흰 여전히 싸웁니다.

다툴 때마다 우리는 언성을 높이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 꽁~한 마음으로

핸드폰을 노려보며 언제 연락오나 보자! 하는 심산으로

연락도 하지 않은 채 오기를 부리기도 합니다.

다시 만난 지, 한달.

한달 간 우리는 아마도 열 번은 다툰 것 같습니다.

예전과 같은 이유로 말이죠.

하지만 이제는 그 다툼이 길어지지 않습니다.

처음 한 발 다가선 건 저였습니다.

화가 나서 연락을 하지 않는 그에게 먼저 연락을 하고,

서운했느냐 미안하다 달래고 대화를 시도한 것도 저였습니다.

그 전에는 하지 못했습니다.

내가 먼저 연락을 하고

내가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이

내가 그를 더 많이 사랑하는 일인 것 같아 자존심이 상했거든요.

사실 지금도 조금은 자존심이 상할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제가 한 걸음 그에게 다가섰더니

그도 제게 한걸음 다가오더라구요.

내가 한 번 져주고 나니

그도 내게 한 번 져주고

내가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밀고 나니

그도 역시 제 화해의 손길에 답하고

때로는 먼저 연락을 해서 저를 달래기도 하더군요.

생각해보면 그와 저의 다툼은 늘 자존심 싸움이었습니다.

먼저 미안하다 한마디 하면 금방 끝날 다툼이었을지도 모르는데

네가 더 잘못했다.

내가 그렇게 말한 건 네가 이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서로를 탓하고, 자존심을 내세우다 다툼은 더욱 커졌던 것 같네요.

저희는 여전히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순간이 더 많은 다른 사람들입니다.

여전히 자존심을 내세우는 순간도 있고

네가 더 잘못했어! 언성을 높이는 순간도 있습니다.

1년이 넘는 시간동안 다투고 나서 화해할 때마다

저희는 참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앞으로 다툴 땐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

여러가지 방법을 많이도 생각해봤었죠.

참 우습게도 여전히 그 방법들은 다툼 앞에선 사라져버리고 맙니다.

여전히 자신의 감정이 앞서 있습니다.

다툼이 커져가고 언성이 높아질 때면

전 그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나 지금 자존심 세우고 있는 것 같아.

그리고 오빠도 그런 것 같아.

몇 시간 후면 우리 후회할텐데.

아까 화내서 미안해. 네 마음 몰라줘서 미안해.

늘 했던 말들 또 하게 될텐데.

우리 좀 바보 같지 않아?"

제가 이렇게 말하며 피식 웃어버리면

그사람 역시 그러네 하며 웃어버립니다.

그렇게 다툼은 멋적은 웃음으로 끝나버립니다.

물론 매번 그런 건 아닙니다.

감정이 많이 상할 때면 죽어라 소리지르고

됐어! 빽 소리를 내지르고 집으로 돌아가버리기도 하죠.

다시 만나기로 하면서 저희는 약속을 하나 했어요.

서로를 바꾸려 하지 말자.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다면 피터지게 싸워서 차이를 줄이자.

폭력, 폭언, 바람, 거짓말.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잘못이 아니라면

다투고 또 화해하면서 풀어가자.

그래서 저희는 죽어라 다툽니다.

나와는 다른 생각을 가진 상대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니까요.

하지만 다툼의 횟수가 많아질수록 이해를 할 수 있는 부분도 늘어납니다.

이제 고작 한달이지만

그 한달동안 저희는 지난 1년간 하지 못했던 무언가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해'

예전의 감정적인 다툼은

점차 꽤 건설적인 대화가 되어갑니다.

마음가짐이 조금 달라졌을 뿐인데 말이죠.

'당신은 나와 다르다.

내가 당신을 이해하지 못한만큼 당신 역시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니 나를 이해하달라 강요하지 않겠다.'

다투는 그 순간,

우리는 여전히 감정이 앞선 이기적인 사람이 되지만

집에 돌아와서 혼자가 되면, 화가 누그러지면

'이해'....라는 어려운 말을 곱씹어 보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은 전화기를 들고 상대에게 연락하게 됩니다.

내가 먼저 전화를 했을 때 그는 못이기는척 내가 내민 화해의 손길에 답하고,

그가 먼저 전화를 했을 때는 제가 못이기는척 그의 손을 잡습니다.

내가 모든 것을 그에게 맞춰주고 있고,

내가 더 많은 것을 노력하고 있는 것 같아도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내가 더 많은 것을 노력한다는 생각.

내가 왜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하나 ... 하는 생각이 관계를 망치는 가장 못난 생각인 것 같네요.

같은 이유로 헤어질까봐 다시 만나는 것을 망설이는 분들.

한 번 곰곰이 생각을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상대가 날 위해 노력하고 있던 많은 것들을 내가 잊어버리고 있었던 건 아니었나.

그와 당신의 다툼이

각자의 입장만을 이해해달라고 강요하는

이기적인 대화들이 난무하는 순간은 아니었는지.

전 여전히 가끔은 그를 찢어죽이고 싶고,

꼴도 보기 싫고, 거지 같은 자식이라 생각하며 베개를 두들겨 팹니다.

그사람 역시 제가 세상에서 제일 이기적인 여자라 생각하기도 한다더군요.

하지만 또 한편으론

그래도 여전히 나는 그를 사랑하고, 그는 나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헤어지는 건 사랑이 식어버린 후에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또 다시 화해를 하고 돌아와 머리 속에 가득한 생각을 주절주절 쓰다보니

두서도 없고 횡설수설인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의 내일은 사랑하는 이로 인해 벅찬 하루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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